vol.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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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코리아 유레카 데이’가 개최된 한국과학기술회관. 한국과 유럽 간 최대의 기술협력 네트워킹 행사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했는데, 어찌된 것인지 입구부터 조용하다. 지하에 마련된 행사장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행사장 중 한 곳의 문을 열자, 조용했던 외부의 풍경과 대조적으로 수십 대의 컴퓨터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쁘게 오가는 스텝들 사이로 컴퓨터 모니터를 슬쩍 보니, 영상에는 수 십 명의 외국인들이 뭔가를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국의 기업과 해외의 기업을 서로 연결해주는 ‘국제공동 R&D 상담회’가 이뤄지는 현장이었다. B2B 매치 메이킹으로 볼 수 있는 상담회는 국제공동 기술개발을 위한 첫 단계로, 참여한 국내외 산·학·연의 사전 정보를 파악한 뒤 최적의 국제협력 파트너를 찾아준다.
‘국제공동 R&D 상담회’와 동시에 다른 행사장에서는 개막식과 포럼,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에는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옛말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례 없는 위기 상황이지만, 상생과 협력의 정신으로 다 같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욱 혁신적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전한 석영철 KIAT 원장의 개회사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박진규 차관은 “거대한 산업환경 변화를 몰고 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레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유레카 내 유일한 파트너국인 한국의 역할을 더욱더 확대할 것”이라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진 포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산업기술의 변화와 공동 R&D의 중요성에 대한 산업기술 전문가들의 강연이 진행됐다. 특히 최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수소차와 바이오 관련 연구 동향과 유럽의 그린·디지털 전환 정책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이어진 유레카 세미나에서는 영국, 스페인, 핀란드,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 국가별 R&D 전략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국제공동 R&D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이 세미나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유레카 각 프로그램별 추진전략, 각 회원국별 차년도 R&D 추진전략 등 과제 참여에 필수적인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포럼과 세미나는 영상을 사전 녹화하여 행사 당일 온라인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칫 ‘소통 부재’, ‘일방통행’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방식이지만 문제는 전혀 없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자들의 질문을 실시간으로 접수받아, 이에 대해 강연자들이 답변하도록 진행했기 때문이다. 세심한 운영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이러한 준비는 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코리아 유레카 데이에 무려 1,777명이 참여한 것이다. 작년까지 오프라인 진행했던 행사의 참가자가 600명대인 것을 고려하면 훨씬 높은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국내 118개, 해외 245개의 기업, 대학, 연구소가 약 500여 건의 1:1 화상 미팅과 아이디어 피치*에 참여해 각자 유의미한 성과를 수확해갔다.
*아이디어 피치(Idea Pitch)
기업이나 기술을 소개하고, 협력을 제안하는 일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KIAT의 오랜 준비와 노력이 있었다. 국내 기업이 한정된 시간을 활용해서 R&D 파트너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KIAT는 최적의 기술협력 파트너를 구할 수 있도록 참여기업별 소개 영상을 사전에 제작하여 공유했다. 또한 참가자들이 국가별, 산업별로 필요한 파트너의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내 기업이 최대한 많은 해외 산학연과 만날 수 있도록 상담회를 운영하여 참가자들간 활발한 소통을 이끌어낸 점 역시 이러한 준비와 노력의 한 부분이다.
또한 코리아 유레카 데이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다양한 후속 지원이 추진된다. 상담회 참가자들의 상담 내용, 향후 추진방안 등을 파악하여 향후 국제공동 R&D 과제로 연계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성과·만족도 조사 결과는 다음 행사 운영에 반영한다.
‘한국과 유럽 간 최대의 기술협력 네트워킹 행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더욱 많은 우리의 산·학·연을 유럽과 연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선하고 노력하고 있는 KIAT. 이러한 노력이 빛을 잃지 않도록, 코로나19의 거센 파도가 하루빨리 잠잠해져 내년 코리아 유레카 데이는 오스트리아에서 무사히 개최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