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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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알아보라는 왕의 명령에 고민하던 이가 목욕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그 원리를 알아냈다는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이 이야기와 함께 유명해진 ‘유레카(Eureka)’는 그리스어로 ‘찾았다!’ 또는 ‘깨달았다’라는 뜻으로, 깨달음을 얻거나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기쁨을 상징한다.
이 단어는 어느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바로 유럽의 산업기술개발 공동체인 ‘유레카(EUREKA)’를 아는 이들에게는 말이다. 유레카는 1985년 프랑스와 독일의 주도로 설립된 협의체로,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46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연구개발 네트워크다.
유레카는 2개국 이상의 산·학·연이 자유공모(Bottom-up) 방식으로 다양한 연구 과제를 기획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금까지 총 6,400여 개의 프로젝트에 약 5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동안 참여한 산·학·연의 수가 무려 21,300여 곳에 달한다.
유럽이 중심인 네트워크지만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비유럽국가로는 처음으로 유레카 준회원국 자격을 얻었고, 2018년에는 마찬가지로 비유럽 국가 최초로 ‘파트너국가’로 승격했다. 이는 한국이 매년 ‘코리아 유레카 데이’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기술협력 활동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10년 처음 개최된 이후, 코리아 유레카 데이는 한국과 유럽간 가장 대표적인 기술교류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그동안 이뤄낸 눈부신 성과가 증명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코리아 유레카 데이는 총 2,394건의 상담(매치 메이킹)을 통해 기업과 연구소, 그리고 대학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국제 공동 연구개발의 교두보 역할을 해냈다. 최근 5년간 추진된 국제공동R&D 과제의 11.9%가 바로 코리아 유레카 데이를 통해 발굴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앞선 A 기업의 사례처럼, 코리아 유레카 데이에 참여한 우리의 산·학·연은 포럼, 세미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홍보관을 운영하여 해외 우수 기관과의 양질의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좋은 성과를 얻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대부분의 행사를 한국에서만 개최하지 않고 유럽 현지로 직접 찾아가 개최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현지로 찾아가야 참여하는 유럽 기관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해외 접점을 확대할 수 있고, 영향력 있는 유럽 고위급 인사들과의 면담 기회 역시 늘어나게 된다.
그동안의 성과들을 인정받아 작년 10주년 행사에서 한국은 EU로부터 기술협력 감사패를 받았다. 코리아 유레카 데이가 단순히 산·학·연을 유럽과 이어주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기술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코리아 유레카 데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행사로 진행됐다. 다만 공간만 온라인일 뿐, 행사는 오프라인 이상으로 알찬 프로그램들로 가득했다. 이에 호응하듯 많은 산·학·연이 참여해 행사를 뜨겁게 달궜다. 1:1 화상회의로 진행된 국제공동R&D 상담회에는 국내 118개, 유럽 245개 등 국내·외 총 363개 기관이 참여하여 R&D 파트너 발굴에 나섰다.
지금까지 154개의 과제에 1,379억 원을 지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향후 5년간 유레카 지원 자금을 1,000억 원으로 대폭 늘려갈 예정이다. 유일한 파트너국가의 역할을 확대함은 물론 수소, 미래차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신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 아시아 등 유레카 참여를 원하는 국가들에 우리가 쌓아 온 유레카 활동 경험을 공유하려는 계획도 준비 중이다.
KIAT 역시 더욱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후속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산업정책적 주요 분야 및 글로벌 수요와 연계한 과제를 지원하는 국제공동R&D를 올해 새롭게 시작했는데, 공동R&D를 통해 코리아 유레카 데이로 발굴된 기술협력 아이디어가 실질적인 기술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행사를 운영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와 KIAT의 노력을 디딤돌 삼아,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기업과 대학, 그리고 연구소들이 더욱 늘어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