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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지난 1년의 기록ISSUE BRIEF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를 발표한 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로 인해 국가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지게 될 거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대한민국은 ‘흔들리지 않는 산업 강국’으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불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 산업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지난 1년의 기록’을 통해 그 과정을 되짚어본다.

산업 경쟁력의 핵심,
소재·부품·장비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는 ‘원자재→중간재→최종재’에 이르는 제품 생산 구조에서 중간재에 해당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간재인 소부장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는 우리 경제와 산업이 놀라운 성장을 이루게 된 좋은 전략이기도 했지만,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원인이기도 하다. 수입에만 의존하게 되면 수입중단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산화로 전환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소부장은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단시간에 국산화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소재는 최초 개발에서 사업화까지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하고, 가격 변동이나 공급 차질이 발생해도 완벽한 대체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 출처: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현재 제조업 생산액의 52%, 관련 고용 인원의 48.1%가 소부장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산업을 떠받치는 허리 산업이라고 할만하다. 2001년과 2018년을 비교한 조사 결과, 소부장 업체수는 20%, 생산액은 3.4배, 고용인원은 29만 명이 증가하는 성장세를 이뤘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부장 산업은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 낮은 기술자립도,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을 통한 자체 공급망 형성 부족과 같은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가까운 일본과의 무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소부장 주요 교역국은 미국, 중국, EU, 일본이다. 이 중 유독 일본과의 교역에서 20년 이상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대부분 적자가 바로 소부장으로 인한 적자였다. 우리가 제품을 만들어 수출함으로써 얻는 이익 대부분을 일본에 고스란히 빼앗기는, 일명 ‘가마우지 경제’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가마우지 경제
핵심 부품과 소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완제품을 수출하여도 부가가치의 상당부분을 일본이 챙기게 되는 한국 경제의 문제를 가리키는말(출처: 두산경제)

위기,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

이러한 상황에서 2018년 11월, 일본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요한 불화수소 수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불화수소는 높은 순도를 유지하는 품목으로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일본으로부터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는 품목이었다. 정부는 즉각 소부장의 대일 의존도를 분석하고, 대체할 수입처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소부장 6대 분야 100대 핵심품목을 선정,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사실 소부장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돼왔다. 이미 4차에 걸쳐 소재부품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했으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여 세계 4대 제조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9년 7월 1일, 일본의 본격적인 수출 규제가 시작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으로 향하는 수출에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상 수출관리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어서 7월 4일부터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3개 품목(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의 수출 절차를 강화했다. 8월,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강력한 대응에 돌입했다. 부총리가 주재하는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2019년 7월 12일부터 연말까지 총 21차례 개최했다.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조해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소재·부품·장비 인력발전특별위원회’,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와 같은 다양한 협의체를 운영했다.

더 나아가 일본의 행위가 국제규범 위반임을 알리기 위해 WTO에 제소했다. 또한,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이는 소재·부품 수급이 힘들어진 기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구로, 정부부처 등 민·관이 합심하여 품목별 수급 실태 파악, 수급 애로 지원, 대체수입처 확보, 피해기업 세제지원 등을 위해 나섰다.

*백색국가
일본이 수출절차를 간소화하여 적용하는 국가. 민감 품목(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 기술 등)만 개별로 허가받고, 비민감 품목은 포괄적으로 허가받으면 된다. 백색국가가 아닌 경우는 비민감 품목도 수출할 때마다 개별로 허가를 받거나, 포괄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출에 소요되는 기간이 대폭 늘어난다.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은 점차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9년 8월 5일 소부장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이행한 결과다. 일본의 직접적인 수출규제 대상인 3대 품목은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중국·유럽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공급의 안정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소부장 100대 핵심품목에 대해서도 기업별 재고를 2~3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70여 개 품목은 대체수입처를 마련했다.

그간 소부장 산업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수요기업과 국내 공급기업 간 협력 부족 문제 역시 개선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는 국내 기업 간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기업 간의 공동 기술 개발, 양산 테스트 등 무려 211개의 협력사업이 결성되어 추진 중이다. 앞서 언급한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민관 합동 지원도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회복한 일이다. 소부장 공급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대신 다양한 공급처를 구축하거나 국내 산업생태계 안에서 ‘우리’ 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난 1년은 소부장 산업의 위기이자 도약을 위한 기회였다. 위기를 겪으며 더 단단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는 대한민국. 이제는 글로벌 소부장 강국,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 GVC 안정화를 통해 혁신성장의 길로 나아가려고 한다. 세계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게 될 대한민국의 힘찬 도전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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