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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

환경이 건강의 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디지털 헬스케어TREND

글. ICT 칼럼니스트 이요훈
전) 한양대 IAB 자문교수,
전) KISTEP 기술영향평가 전문위원

몇 년 전 어머니가 쓰러지신 적이 있습니다. 출장 갔다 돌아오는 날이었는데, 집에 와보니 누워계신 겁니다.
체한 게 많이 아프다고, 약을 사 오라고 하시는데 느낌이 싸-해서, 의사인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하는데, 동생이 갑자기 소리 지릅니다. 당장 응급실로 가라고. 알고 보니 심근경색이 온 겁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합니다. 심근경색이 와도 가슴이 아프지 않고, 어깨가 아프거나 체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운이 좋았죠. 다행히 이런 증상에 대해 잘 아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큰 병원이 있었습니다. 돌봐줄 다른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셋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지금쯤 저는 어머니와 함께 살지 못했을 겁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왜 주목받고 있을까?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IT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관리하고, 치료를 받는 일을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합니다. 딱 잘라 나누긴 어렵지만, 기술 중심으로 보면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기기 등과 결합한 보건의료 서비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중심으로 생각하면 IT 기술이 접목된 의료와 건강 관리, 간호 서비스라고 볼 수도 있고요. 넓게 생각하면 의료 전반까지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왜 지금 디지털 헬스케어가 주목받고 있을까요? 사실 헬스케어 자체는 오래된 개념입니다.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해서 부르는 데요. 20세기 초반까지를 헬스케어 1.0, 보건위생을 강화하고 전염병 예방에 힘쓰던 시기로 부릅니다. 헬스케어 2.0은 20세기 후반까지입니다. 각종 질병 치료를 중요하게 여기던 시기죠. 디지털 헬스케어는 21세기, 헬스케어 3.0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건강을 관리해, '아프지 말고 오래 살자'라는 개념을 가진 시대죠. 이게 다 전염병을 막고 질병 치료를 잘하게 되자, 평균 수명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구분 헬스케어 1.0 헬스케어 2.0 헬스케어 3.0
시대 18~20세기 초 (공중보건의 시대) 20세기 초~말 (질병치료의 시대) 21세기 이후 (건강수명의 시대)
대표적인 기술혁신 인두접종 개발 페니실린 개발 인간게놈 프로젝트
목적 전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 질병의 치료와 치유 질병 예방 및 관리를 통한
건강한 삶 영위
헬스케어 산업의 주요변화 · 예방접종, 상하수도 보급
· 청진기. X-RAY 발명
· 의사 양성체계 확립
· 제약/의료기기/
병원의 산업화
· 신약 및 치료법 개발
· 유전자 조기진단
· 맞춤치료제 등장
· U-헬스의 보급

*출처: 건강수명 시대의 도래, SERI 보고서(2012)

실제로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습니다. UN에서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7%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라고 구분하는데요.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 2017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평균 수명도 많이 늘었습니다. 1966년에는 58세 정도였는데 1996년에는 75세, 2016년에는 82세가 됐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일본과 2, 3위를 다투는 장수 국가가 된 겁니다.

장수 국가는 좋아 보이지만, 돈이 많이 듭니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으니, 평균 수명이 늘었다는 말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아프면 국가도 개인도 돈을 많이 써야 합니다. 미리미리 대비해서 덜 아픈 게 모두가 절약하는 길입니다. 거기다 여러 연구를 통해서 생활습관을 관리하면 만성질환이 덜 생긴다는 사실도 확인했고, 관련 기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반도체 기술도 급성장하고, 센서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 덕분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쓰이는 기술

디지털 헬스케어에는 어떤 기술이 쓰일까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요 기술들입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등이 모두 쓰이죠. 지금까진 센서를 이용한 웨어러블 기기-사물인터넷 기술이 많이 쓰였고, 인공지능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새롭게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가 전산화되고 여러 IT 장치가 사용되면서 데이터 역시 자연스럽게 쌓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돕고 있습니다.

어떻게 쓰일까요? 예를 들어, 전에 한 어머니가 소아 당뇨에 걸린 아이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직접 구매했다가 처벌받을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분 덕분에 연속혈당측정기가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요. 이런 연속혈당측정기가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로 분류됩니다. 몸에 부착하는 센서를 이용해 혈당을 측정, 내부 메모리에 저장하고, 스마트폰에 전송하는 장치입니다.

  1. 1우리 몸의 여러 가지 신호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장비
  2. 2직원을 대상으로 선보인 헬스케어 서비스 앱 ‘아마존 케어(Amazon Care)’ ©amazon.care

미밴드나 애플워치 같은 웨어러블 장비도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입니다. 주로 걷기나 뛰기 같은 일상 활동량을 추적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우리 몸의 여러 신호를 계속 측정하는 쪽으로 발전할 예정입니다. 심전도나 혈압을 측정하는 기기와 앱은 이미 출시됐습니다. 수면 모니터링을 하면서 심전도와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수면 무호흡증 등을 진단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는 어떨까요? 구글은 AI를 이용한 영상분석 기술을 이용해, 진단예측 분야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당뇨로 인한 실명 예방, 암 진단, 심혈관 질환 예측 같은 분야에서 꽤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망막 사진을 이용해 당뇨성 망막 변증을 판독하는 능력은 망막 전문의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마존도 이미 사내에서 쓰이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해서 쓰고 있고, 향후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닥터 앤서’ 같은 인공지능 기반 조기진단 SW의 임상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시장의 인식

아쉽지만,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합니다. 스마트 체중계나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건강과 운동량을 체크하는 일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 AI 스피커나 사물인터넷 가전과 연동시키기도 하고, 허리띠나 매트리스, 기저귀에 센서를 넣어 건강을 체크하는 제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비대면 진료부터 시작해 인공지능이 건강상담을 해준다거나, 온라인으로 약을 팔거나 하기도 합니다. 다만, 명확한 성과가 나온 적은 드뭅니다. AI는 아직 의료 현장에서 한계가 많다는 평가를 받았고, 스마트워치는 시계가 달린 만보계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코로나19는 이런 상황을 뒤엎어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진료, 맞춤형 건강 관리, AI를 이용한 질병 진단 등은 돈을 더 내야 받을 수 있는 부가 서비스에 가까웠습니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거였죠.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런 기술이 이제는 진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와 예방을 지원해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존스홉킨스대학은 AI를 이용해 통계를 모아 코로나맵을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신기지국 접속 정보를 파악해 감염병 전파 경로를 파악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중국에서는 5G 네트워크로 환자 폐사진을 전송하면, 다른 지역 의사들이 판독하는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아예 엑스레이 사진 판독을 인공지능이 하는 기술도 실증 실험 중입니다. 백신 후보물질을 추천하는 것도 AI가 하는 일입니다. 미국에선 펠로톤 같은 홈트레이닝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집단 감염 우려 때문에 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곳에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홈케어 관련 기기와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크게 봤을 때 새로운 트렌드는 가상화, 홈케어, 일차 의료 3가지입니다. 맞춤형을 내세우던 디지털 헬스케어가 다시 예방과 진단, 치료로 급선회한 겁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기술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이미 우린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고, 개인 건강관리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프기 전에 미리 점검하고, 전염병이 유행해도 안전하게 지낼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헬스케어도, 그걸 돕는 방향으로 나갈 겁니다. 건강의 기본 규칙인 잘 먹고, 잘 자고, 적당히 운동하기도 잘 도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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