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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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걸스데이가 막 시작된 지난 9월의 어느 날, 일산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바로 동국대부속여자고등학교(이하, 동대부고)와 양명여자고등학교(이하, 양명여고) 학생들,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부서 소속 여성 R&D 연구원, 그리고 석영철 KIAT 원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
현장에 도착하자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처럼 화상회의 플랫폼에 접속한 열아홉 명의 양명여고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집이나 학교 등 각자의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접속한 양명여고 학생들은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화면이나 마이크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학생들을 대표해 현장으로 나온 동대부고의 두 학생과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는 여성 멘토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곧이어 석영철 KIAT 원장이 현장에 도착하고, 모두 각자 자리에 앉았다. 오늘 진행되는 토크쇼의 주제는 ‘미래 디지털 산업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중요성’. 석영철 KIAT 원장과 여성 멘토들이 간략한 인사말이 건네고, 본격적으로 토크쇼가 시작됐다.
첫 질문의 주인공은 동대부고 김도연 학생이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김도연 학생은 “내년이면 문과와 이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뉴스를 자주 접하고, 취업 역시 걱정되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고민된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대해 석영철 KIAT 원장은 “앞으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의 대부분은 이공계 분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공계 진학은 매우 좋은 선택이다. 특히 AI, 빅데이터, 바이오, 로봇 관련 분야가 유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현대자동차 기술경영전략팀에서 근무하는 손수미 매니저도 추가로 답변했다. 손수미 매니저는 이제는 문과생도 이공계 관련 공부가 필요한 시대”라며,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이공계 인재를 필요로 하는 것을 느낀다. 많은 학생이 이공계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양명여고 학생들도 질문을 이어갔다. 그중 명지현 학생은 “남성 중심의 산업현장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서는 현대자동차 전략기술본부 김선아 책임연구원이 답했다. “현재 담당하는 인공지능 파트에서는 제가 첫 번째 여성 엔지니어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잘해줬다”며, “하지만 남성들만의 문화가 분명 존재했고, 거기에서 벽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때 업무와 인간관계에 있어서 모두 적극적으로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을 들었는데, 그렇게 조금씩 바꿔가다 보니 어려움이 조금씩 사라졌다”며 현재 책임연구원까지 오게 된 경험을 나눴다.
토크쇼 뒤에는 현대 모터스튜디오에 준비된 다양한 현장 체험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의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철을 녹여 철판을 만들고, 각자의 기능을 갖춘 부품들을 정교하게 만들어진 차체에 맞추는 과정까지. 쉽게 보기 힘든 제조공정을 보는 여학생들의 눈빛이 거리에 굴러다니는 자동차를 볼 때와는 또 다르게 빛났다.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V-log 영상을 통해 이 경험을 함께 나눴다.
이어진 체험은 미래 자동차의 신기술을 소개하는 공간. 실제 모습처럼 구현된 미래 자동차에서는 이동뿐만 아니라 쇼핑, 식사 주문, 게임, 건강 상태 확인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움직임을 감지하는 자율주행 스마트 센서, 수천 개의 알루미늄 기둥이 만들어내는 자동차 디자인 전시, 경주용 자동차 탑승 체험 등이 쉴 틈 없이 진행됐다. 토크쇼와 체험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여학생들은 모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여성 멘토들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여성 멘토들은 그런 여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짧지만, 인상 깊었던 오늘의 경험은 여학생들이 앞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용기를 부어 줄 것이다. K-걸스데이를 통해 여성 멘토들이 여학생들에게 희망을 보여준 것처럼, 자신의 꿈을 이룬 여학생들이 미래의 후배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KIAT 역시 응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