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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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세계 실현’을 위한 과제로 여성 인재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 인재 활용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개방·융합·연결을 키워드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여성 인재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공감 능력과 섬세함에 있어 강점이 있는 여성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기술 분야에서 여성 인재 활용은 여전히 미진하다. 산업부와 KIAT가 실시한 <2019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 인력은 143만여 명에 이르지만 여성 인력은 22만여 명으로, 전체 대비 1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공계열 대학으로 진학하는 여학생 비율 역시 2017년 기준으로 25%에 불과하다. 앞선 L양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산업현장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으로 여학생들이 이공계열 진학을 기피하고 있다.
K-걸스데이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 이공계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미래 여성 연구개발(R&D) 인재로의 성장을 돕기 위해 여중생과 여고생, 그리고 여대생에게 생생한 산업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지난해까지 1만 2천여 명에 이르는 여학생들이 640개 기업·연구소·대학을 방문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기술 현장 체험행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행사에 참여한 여학생의 높은 만족도와 이공계 인식 개선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행사에 참여한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7.3%에 이르는 학생이 이공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하게 됐고, 행사 만족도 역시 94%에 달했다.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사 역시 96.9%의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K-걸스데이가 단순히 여학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7년간 K-걸스데이는 여학생들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행사에 참여한 수많은 기업과 기관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 여성 인재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여학생의 이공계열 진학과 산업현장으로 진출로 이어지게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가 산업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 K-걸스데이가 벤치마킹한 독일의 ‘걸스데이’ 행사는 2001년 시작한 이후 매년 10만 명이 넘는 여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거듭나며, 여학생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꾸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참여한 학생 중 62%가 실제 이공계로 진학하거나 취업했으며, 행사에 참여한 기관들은 여성 인력 채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채용을 시작했다. 세계 최대 산업강국 독일의 이러한 모습은 앞으로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매년 10월을 전후해 전국 각지에서 현장 체험 위주로 진행된 K-걸스데이. 올해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100% 비대면으로 그 모습을 바꿨다. 올해 참가한 30개 기업과 기관에 여러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방문해 체험하는 영상을 제작했으며,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이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직접 방문한 산업현장만 알 수 있었던 기존과 달리 올해 참여한 모든 산업현장의 모습을 영상 통해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산업현장 여성 멘토들의 실시간 멘토링이 진행돼 영상 시청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여성 멘토들은 이공계열로 진학하게 된 계기, 여성 연구원으로서 산업기술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 등 진솔한 이야기를 학생들과 나눴다.
매년 모든 일정이 종료된 이후에는 체험 공모전과 시상식을 개최해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특별히 올해에는 학생들의 행사 참가를 돕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우수 교직원’ 시상 부문을 신설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경우 ‘단체신청’만 가능한데, 이를 신청하고 학생들을 관리하는 교직원의 의지와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KIAT는 지난 7년간 진행해온 K-걸스데이가 앞으로도 학생과 기업이 더 만족할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운영 방식과 성과 확산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특별히 올해에는 학생들이 행사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돕는 선생님들에 대한 시상도 진행한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경우 ‘단체신청’만 가능한데, 이때 교직원의 의지와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이 열매를 맺어, 보다 많은 여학생이 미래의 R&D 리더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